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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채식인

입맛은 습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작년에 한번 채식체험기를 올린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오늘은 작년 이야기에 몇가지를 덧붙여 말씀드릴 것이 있어 다시 들렀습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채식한지 5년이 좀 넘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보다 오래전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채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 동경이 어디서 왔는가를 다시 생각해보니, 87년도에 영어공부를 할 때 강사였던 미국인 친구가 채식주의자였습니다. 미국인 강사와 급우들(외대 어학연수원)이 저녁회식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자기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서 채식의 좋은 점을 이것 저것 얘기하더군요. 저는 그때 삼겹살과 소주를 한참 좋아했던 때였는데.....

 

그 친구가 했던 말의 내용이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정신이 보다 맑아지고 마음이 온화해진다는 뜻의 말도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때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굳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 첫시도는 90년초였던 걸로 기억되니까 지금까지 만 10년이 넘었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5년이 좀 넘었다고 한 것은 중간에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한 때를 제외하고 채식을 완전히 채식답게 한 기간만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구차스럽게 실패한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어쨋든 최종적으로 현재의 상태와 채식의 효과를 느낀대로 전하면 되지 않나 해서 중간 과정을 뺏는데, 생각해 보니 그래가지고서는 가치있는 일은 몇번을 실패하든지 다시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뺀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 보완하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그동안 채식을 하면서도 직장 근무지가 바뀌면서 핑계김에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한 적도 있고,또 이젠 웬만큼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못보던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 이혼을 할 위기에 있다고 신세타령을 하면서 위로해 달라고 한 적도 있었지요. 오징어부터 시작해서 치즈,달걀,생선,쇠고기,돼지고기 순으로 다시 도루묵이 되는데도 몇달 걸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것은 정말 한편으론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요.

 

담배의 경우엔 83년도에 금연을 했는데 약 9년간을 하루에 20개비씩 피우던 걸 끊었습니다. 그때도 한번에 된 것이 아니고 분명히 기억되는 것만 따져봐도 3번을 실패한 끝에 4번째 성공했습니다. 기억못하는 횟수까지 치면 아마 그 이상 실패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이까짓 담배를 이렇게 못끊어서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던 기억도 나지만, 채식의 습관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나중에는 어쩌다 알레르기성피부염이 심해진 관계로 체질개선이라는 목표까지 덧붙여져 결국 채식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었습니다만,(피부도 이젠 괜찮고)

 

당시에 어째서 내가 그토록 자신을 향한 도전과 극복에 열을 올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머리 끝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 같네요. 채식을 막 시작한지 1년정도 지난뒤에 우연한 기회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직장생활에도 필요하고 해서 퇴근후에 도서관에서 영어를 계속 공부했는데 언젠가부터 진도가 안나가고 이유없이 마음이 들뜨면서 심란하여 좌불안석의 심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며칠간 도서관 자료실에 들어가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결국 플라톤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심정이 '이런 책도 다 있었나? 내가 어째서 이런 걸 몰랐을까?'라는 거였구요 아울러 대단한 기쁨이었지요 그것은 아마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성경을 처음 읽었을 때나 유학자가 논어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같은 종류일 것입니다. 그후에 휴일이면 중앙도서관과 남산도서관에 가서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복사도 해오고 했지만 반면에 하던 영어공부는 그만두었습니다.

 

종교가 없던 제게 철학이 종교가 된 셈입니다. 저는 이렇게 철학에 입문하게 된 것을 플라톤의 어투를 빌려 말한다면 '어떤 신이 제게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의 말이 생경하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운명의 손이 갈림길에 이르른 나를 큰 길 대신 사람이 별로 없는 호젓한 오솔길로 접어들게 이끌었다고.'

 

참고로 지금까지 플라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성인의 말씀을 공부하는 이유로써 저는 능력이 닿는 한 그 성인을 닮아보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길을 만들어 준 것이니 어떻게든 그 뒤를 따라가야 한다고 믿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인의 생활태도와 생각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전제에서, 저로서는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붇다와 예수보다는 따라가기가(즉 가능한 꼭 같이 닮기가)더 용이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저의 편견이기 쉽습니다만, 어쨋든 그 둘 중에서 소크라테스의 인간성과 그의 철학이 저의 연모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철학 중 관념적인 부분은 플라톤에 자세히 나와 있구요. 성인의 평소 생활태도에 관한 것은 크세노폰의 작품에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하면 플라톤을 우선 얘기하지만 저는 크세노폰의 작품도 플라톤과 같은 비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관념철학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생활해 나가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플라톤의 작품 속에도 일부 있지만 크세노폰의 작품 속에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절제와 자제심에 있어,강건함과 용기와 인간미에 있어, 그리고 정의로움과 지성과 사려와 신에 대한 공경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당시 하늘 아래 신과 인간 앞에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었던 사람으로 생각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을 어떻게 뒤따라갈 것인가? 나도 이미 보통사람이 살아가면서 저질렀을만한 잘못은 기억하든 못하든 저질렀는데 언감생심 성인의 흉내를 내려한다는게 말이 되나? 현재의 나로서는 그의 십분의 일도 따라갈 수 없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 한다는게 제 심정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남자다움이 아닐까. 어느 시인이 읊었다지..... 잠들기 전에 몇 발자국 더 가야겠다고... 제가 채식을 하면서 음식에 대한 탐욕을 다스리려고 한 것도 소크라테스의 절제심을 본받으려 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소크라테스가 채식을 권장한다는 얘기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일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운운'하는 귀절은 있었지만요.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이라는 책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친구가 그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식사하는데 필요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 안티폰이라는 친구는 그를 보고 음식이 더할 수 없이 검소했다고 하니까 우리의 식사로 보면 아마 밥 한공기에 내용물이 별로 없는 된장찌개와 김치 정도, 또는 그 이하였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어쨋든 제 경우에는 채식을 어떤 교조적인 도그마보다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올바르게 할 수 있는 큰 길로 생각했습니다.

 

채식 습관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여러가지 유익한 점이 따라옵니다. 고기를 먹게 되면 그 맛 때문에 적정량을 넘기고 포식을 하기 쉽지만 채식을 하면 배가 이미 찻는데도 더 먹게 되지는 않습니다. 변비나 위장병 같은 잔병이 없어지고 적정체중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효과는 채식으로 인하여 비단 음식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이 간소해지고 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탐욕전체를 베어내도 다시 생겨나는 히드라의 머리 10개에 비유하면 채식에 길들여진 사람의 마음은 그 머리 중 7-8개를 잘라버린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 저로서는 이것저것 복잡하게 계산할 것 없이 저 자신의 탐욕에 대항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채식을 택한 것입니다. 그 외에 어떤 경우든 살생을 피한다든가, 동물의 에너지가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옮아온다든가 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채식으로도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동물을 죽여가며 고기를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입맛은 완전히 습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이론이 필요없이 길들이기에 달렸다는 뜻입니다. 혓바닥에 좋은 것이 몸에는 좋지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얼마동안은 그걸 모르지만 지나친 육식과 단맛으로 병이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적정량을 지나쳐 많이 먹고 그로 인해 살이 찌면, 다시 그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 모두가 무병장수하는 것이 아닌 것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폐암에 걸릴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무병장수는 그외에도 체질이나 환경 등의 조건이 어울려 있으니까요. 채식을 하면서 찾아오는 건강에 대한 염려에는 그것이 정말 건강이 안좋아져 그런 느낌이 드는건지, 아니면 사소한 신체적 변화를 확대 해석한 건강염려증인지 잘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은 우리의 관심을 되도록 육신의 유지에 붙잡아 두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참고삼아 요즈음 제가 먹는 식사 메뉴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하루 세끼 먹는 것은 보통사람과 같구요. 끼마다 현미밥 한공기, 비지찌개 반그릇(때로는 된장찌개나 콩나물국,미역국)

두부 또는 감자 기름에 구운 것 약간,김치 입니다. 그리고 식후에 다시마 가루를 커피 숟가락으로 한스푼 먹는데 이것은 빠지기 쉬운 미량 원소와 칼슘보충을 위한 것이고, 대장운동을 활발히 하는데도 매우 좋습니다. 아침을 이렇게 먹으면 정오가 되어 배가 고파지므로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점심을 이렇게 먹으면 저녁때가 되어 다시 저녁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 식욕이 자연의 조미료가 되게끔 식사량을 맞추는 것이 요체입니다. 이렇게 하여 생활전체가 보다 간소해지면 뭔가 허전하여 안하던 것을 열심히 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때 하고자하는 일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일을 하므로써 나에게 어떤 유익함이 있는지를 분명히 검토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채식을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육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을 위한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은 방편이요, 최종목적은 될 수 없습니다. 건강한 신체도 역시 건전한 정신을 담기위한 그릇이 될 때만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또 많은 현인들이 즐거움과 고통,희열이나 슬픔 등과 같은 감정에 관해서는 중도를 지킬 것을 가르쳤지만 그것은 그런 감정들이 온전한 정신활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뭔가 하고 싶어지는 일의 성격을 따져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조금이라도 나의 정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아마도 잘려나간 히드라의 새로 돋아난 다른 머리로써 교묘히 변형된 것으로 간주된다면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럼 과연 채식이후에, 말하자면 스스로에 대한 절제심을 갖춘이후에 무엇에 보다 열심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각 개인의 경우가 다를 것이므로 한마디로 말할 수 없고 여기서 논의할 성질의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단지 얘기를 끝내면서, 가장 넓은 의미로 그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다음과 같은 옛귀절을 인용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은 힘쓰면 정밀해지고, 즐겨 놀면 거칠어진다. 행위는 사려함으로써 이루어지고, 마음 내키는대로 따라가면 훼손된다."

- 한퇴지의 진학해(進學解) 중에서 -

체험을 다 옮겨놓으려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더는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채식체험에 직접 관계되는 질문이 있으면 게시판에 해주시구요, 그외 말씀이 있으면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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