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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칼럼

[이의철] 완벽한 식물성 밥상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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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식물성 밥상은 가능하다

-<채식의 함정>이 보여주지 않은 것

 

이의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베지닥터 사무국장

 

지난 11월 9일 MBC는 ‘밥상! 상식을 뒤집다, 채식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제작진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인구가 50만 명에 이르고, 생선과 유제품까지 밥상에 올리지 않는 비건들까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채식만으로 완벽한 밥상을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채식인들을 모집해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채식인들은 자연상태의 식물성식품만 섭취하는 비건 채식 가족, 비건 보디빌더, 모태 비건 채식인, 생선은 먹는 페스코 채식 가족, 우유, 유제품 및 생선은 먹는 채식인 등으로 다양했다. 

 

  제작진은 참여자들의 혈중콜레스테롤, 빈혈, 호모시스틴, 비타민 B12, D, 체지방, 모발 미네랄 등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식인들은 근육량이 부족해 당대사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체지방이 많고, 혈중 비타민D 및 비타민B12 수준이 낮고,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고, 모발미네랄 검사 상 당뇨병 경향을 보인다며 채식인들의 건강상태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식을 하다 건강의 문제를 경험한 미국과 일본의 사례자과 동물성 식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 인터뷰를 덧붙였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혈중 콜레스테롤 및 혈압, 혈당 등 다른 위험요인에 대한 고려 없이 호모시스틴 하나만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논할 수는 없다. 혈당이나 인슐린에 대한 검사를 하지도 않고, 모발 검사만으로 당뇨 경향성을 논할 수도 없다. 이에 필자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채식인들 중 5명으로부터 검사결과를 받아 직접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서 9월 1달간 검진을 받은 사람들 중 성별과 연령이 채식인들과 일치하는 사람들 354명의 검사결과와 비교해서 살펴보았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채식인 평균

일반인 평균

체질량지수

23.2

23.8

체지방률(%)

23.7

23.6

총콜레스테롤(/)

148

199

중성지방(/)

95

121

LDL콜레스테롤(/)

70

124

HDL콜레스테롤(/)

60

58

 

  비만정도 및 체지방률에 있어서 일반인과 채식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나쁜 콜레스테롤의 경우 모두 채식인이 월등히 양호했다. 제작진은 이런 양호한 검사 결과는 제시하지 않은 채 주로 채식인에서 좋지 않게 나온다고 알려진 항목들인 호모시스틴, 비타민D, 비타민B12 만을 부각시켜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검사들은 독립적으로 의미가 있기 보다는 전체적인 건강상태의 일부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반면 총콜레스테롤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혈압 및 혈당, 체질량지수 등과 더불어 전세계의 비전염성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철저한 관리를 촉구하고 있는 주요 위험요인들 중 하나로서, 해당국가 국민들 중 총콜레스테롤이 200 이상인 사람들의 비율을 해당국가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로 제시했다[1,2]. 혈중 총콜레스테롤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 동일지역에서도 시간경과에 따라 크게 변하는데, 혈중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암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혈중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1960년대 130 수준에서 현재 200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는고[3], 이와 함께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암[4] 등 각종 만성질환도 증가했다. 

  호모시스틴은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상승하는 알려져 있으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과정에 호모시스틴이 상승하더라도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감소하지 않고, 비타민 보충으로 호모시스틴을 상승시켜도 심혈관질환이 감소하지 않아, ‘위험인자’가 아닌 ‘표지자’로만 인정받고 있을 뿐이다[5].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채식인 7명 중 남성 2명만이 호모시스틴 기준치인 15를 넘겼으나, 이들의 콜레스테롤 수준은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때문에 호모시스틴의 의미는 이런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고,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을 경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더욱 더 철저하게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일부 철저한 채식인에서 호모시스틴이 높게 나오는 것은 비타민B12 섭취 부족과 관련이 있다. 반면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호모시스틴이 높게 나오는 것은 과도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 및 채소섭취 부족과 관련이 있다. 2013년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혈중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을 위험이 증가하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위험이 감소했다[6]. 의식적인 채식인과 동물성식품을 섭취하는 사람들에서 높은 혈중 호모시스틴 농도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고, 호모시스틴을 낮추기 위한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제작진은 높은 호모시스틴의 위험을 과장하고,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동물성 식품 섭취를 늘려야 하는 것인 양 보도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아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한편 제작진은 비타민B12가 동물성 식품에만 있는 듯 보도했으나,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발효식품과 포고버섯, 김 및 해조류 등에 활성형 비타민B12가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7,8]. 특히 한국산 김은 일본이나 다른 지역의 김에 비해 비타민B12 함량이 높아 일부 일본 연구진은 한국산 김을 채식인 및 노인층에게 비타민B12를 공급할 ‘탁월한 공급원(excellent source)’이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9].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한국산 김 2~4g이면 비타민B12 하루 권장량(2.4㎍)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으며, 이는 작은 도시락김 1~2봉에 해당하는 양이다[7,8]. 반면 계란으로 비타민B12를 섭취하려면 매일 4개를 섭취해야 하는데, 이는 매일 콜레스테롤을 900mg 가량 섭취해야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45㎎/㎗ 정도 상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동물성 식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비타민B12 섭취가 부족해 호모스시틴 농도가 높은 채식인에게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동물성식품 섭취를 권하는 것은 괴설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채식을 하더라도 비타민B12가 부족할 경우 일부 신경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비타민B12 수준을 확인하고, 수치가 낮을 경우 김과 파래와 같은 안전한 비타민B12 공급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된장이나 표고버섯과 같은 식품엔 비타민B12가 있긴 있으나 그 용량이 적어 충분한 섭취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치의 경우 젓갈을 쓰지 않은 채식 김치의 경우 비타민B12가 없기 때문에 비타민B12 공급원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아울러 김 및 파래와 같은 해조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는 오메가-3 지방산 섭취를 위해 생선기름이나 생선을 많이 섭취할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10]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더욱 의미가 있다. 

  비타민D 역시 채식인들이 부족하기 쉬운 대표적 영양소다. 하지만 비타민D 부족은 채식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사람들 중 비타민D가 30ng/㎖를 넘는 사람은 16.0%에 불과하고, 78.8%는 불충분, 5.2%가 부족 상태였다. 채식인은 기름진 생선 및 동물의 간, 계란 등 비타민D가 풍부한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성식품을 먹는 사람들에 비해 비타민D 수준이 좀 더 낮을 수 있지만, 아무리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더라도 햇볕 노출이 부족하면 충분한 비타민D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동물성식품을 많이 먹을 경우 심혈관질환, 당뇨병 및 대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때문에 비타민D 부족한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충분한 야외활동과 햇볕 노출이 권고되고, 그 다음으로 비타민D가 많은 식품 섭취가 권고된다. 여러 식품들 중 콜레스테롤 및 과도한 지방, 단백질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비타민D 공급원은 햇볕에 말린 목이버섯 및 표고버섯이다[8].


  한편, 채식인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종교적인 이유, 환경 및 생명 존중의 동기, 알레르기 및 특이체질 등으로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사람들에게 비타민D, 비타민B12 섭취를 위해 동물성 식품을 권하는 것은 그들에게 자신의 종교 및 신념, 건강을 희생하라는 강요나 다름없다. 게다가 식물성 식품을 통해 이들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음에도,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과도한 단백질 섭취를 감수하고 동물성 식품 섭취를 강권하는 것은, 채식인은 물론,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채식위주의 식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개인 및 사회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될 때 더욱 정교한 건강관리가 가능하고, 그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동물성식품만을 먹지 않는다고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단백질 부족에 대한 걱정으로 콩과 견과류를 과도하게 섭취하고, 맛을 위해 식물성 기름과 설탕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그에 따라 복부지방과 중성지방 상승, 당뇨병 발생위험을 피할 수 없다. 현미를 중심으로 자연상태의 지방이 적은 식물성 식품만을 반찬으로 먹고, 김 및 해조류, 버섯류 등을 골고루 섭취하면 전문가적 지식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완벽한 ‘식물성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완벽한 식물성 밥상’을 방해하는 여러 거짓 정보들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Global status report on noncommunicable diseases 2010. WHO Press, Geneva, 2011.
[2] 질병관리본부, 주요 만성질환 Factbook: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질병관리본부, 2015.
[3] 송세엽, 혈청지질에 관한 연구 – 제1편 정상인의 혈청지질에 관한 연구, 대한내과학회잡지 1964;7(11):1-15.
[4] Kitahara CM, Berrington de González A, Freedman ND, Huxley R, Mok Y, Jee SH, Samet JM. Total cholesterol and cancer risk in a large prospective study in Korea. J Clin Oncol 2011;29(12):1592-8.
[5] Wierzbicki AS. Homocysteine and cardiovascular disease: a review of the evidence. Diab Vasc Dis Res 2007 Jun;4(2):143-50.
[6] Xiao Y, Zhang Y, Wang M, Li X, Xia M, Ling W. Dietary protein and plasma total homocysteine, cysteine concentrations in coronary angiographic subjects. Nutr J. 2013 Nov 7;12(1):144.
[7] 곽충실, 황진용, 와다나베 후미오, 박상철. 한국의 장류, 김치 및 식용 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상용 식품의 비타민 B12 함량 분석 연구. 한국영양학회지(Korean J Nutr) 2008;41(5):439-447.
[8] Watanabe F, Yabuta Y, Bito T, Teng F. Vitamin B12-Containing Plant Food Sources for Vegetarians. Nutrients 2014;6:1861-1873.
[9] Miyamoto E, Yabuta, Y, Kwak CS, Enomoto T, Watanabe F. Characterization of vitamin B12 compounds from Korean purple laver (Porphyra sp.) products. J Agric Food Chem 2009;57:2793−2796. 

[10] Zhou Y, Tian C, Jia C. Association of fish and n-3 fatty acid intake with the risk of type 2 diabetes: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Br J Nutr 2012;108:408–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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