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은옥
잡식이란 뜻을 찾아봤다. '동물성 먹이와 식물성 먹이 양쪽을 다 먹음.' 미식가나 다식가 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각각의 특징을 그리워하면서 즐겼었다. 때가 되면 먹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찾았고.. 먹지못해서 몸이 이상해졌다고.. 몸의 허약해짐을 보충이라는 이유를 대며 동물성음식을 가까이 했었다. 딱히 이래서 그랬을까마는 어느날 그 흔하면서도 참 걱정스러운 '암'이라는 병마와 싸워야했다. 물론 식생활에 변화를 가겨보자는 생각은 그 당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 무섭다는 암도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의식없이 살아가다 어느날.. 난 한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채식으로..
그 책안에는 이런 말씀이 있었다. '식물은 지구상에 1차적인 먹이사슬이며 가장 의식있는 인간이 그 질서를 지킬때 모든 존재하는 생명체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균형을 깨트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식물은 속아내면 속아낼수록 자꾸나며.. 뿌리로 다시 소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생물은 한번 죽임을 당하면 그것으로 생이 끝이나고 그 고기를 먹는 인간역시 간접죽임을 행하는 것이다. ' 나는 그날로부터 현미밥에.. 된장에.. 두부.. 그때그때 시기에 나오는 채소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구석구석 망가져가고 있는 지구를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부적절한 항생제 남용으로 그 사료를 먹은 동물들의 병든 절규를 밝히지 않아도.. 공해로 균형이 깨져 변형되어가는 바다의 생물들의 예를 들지 않아도..
나는 아무런 저항없이 채식은 당연함이었다. 정말 가능할 수 있다면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물론 갑자기 채식을 하기 시작한 나를 향한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과 우려는 나를 많이 피곤하게 했지만.. 그도 그럴것이 난 암환자이고 재발의 위험이 언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상황이므로 애정을 가진 그들의 눈으로 볼때 고른 영향섭취가 부족하다고 강력히 반대하는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난 이미 가치관이 변하고 나니.. 동물성은 먹히지가 않았다. 의식이 바뀌어져버리니.. 그렇게 즐겨입던 동물가죽옷을 입으면 몸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겼다. 육식은 바라보기만해도 역겨웠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식사무렵때의 고기냄새에 숨쉬기 힘들어했다.
다행인지.. 이모인 내가 채식을 시작하니까.. 같이 책을 읽은 고3짜리 조카가 따라하기 시작했다. 육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변할수 있을까.. 나도 놀라고 신기해하며.. 기특했다. 하지만 한참 골고루 잘 먹어야 하는 때라고 하는 고3의 3월이었고. 이제부터 시작인 입시의 힘듬에 어떻게 이 아이를 잘 먹일까를 고민하던 그 아이 부모.. 그러니까 내 언니는 아이의 태도에 무척 당황해 했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코앞에 입시를 앞둔 아이가 원하는데.. 설득할 시간도 없었지만..지혜로운 언니는 아이의 의지를 인정하고 자신의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이의 아침 식탁과 두 개의 도시락 반찬을 만드느라 밤마다.. 나물을 삼고.. 두부..버섯을 요리했다. 그렇게.. 그해에 계절이 있었나..하고 돌이켜보게하는 고3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니까 채식 첫해를 그렇게 넘기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여전히 채식을 즐기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 아이는 미식가다. 입맛도 서구적이여서.. 단촐하게 먹지만 가지가지 소스와 양념을 즐긴다. 집안모임이 있을때.. 이 아이와 난 약간의 지천꾸러기(?)가 된다. 좀더 과장하자면 온갖 야유와 회유 그리고 유혹을 보내지만.. 난 전혀 동요되지 않고. 이 아이 역시 당당하다. 비록 때에 따라서 우리가 마땅히 먹을 음식이 없는 장소에 있더라도.. 차라리 한끼 금식하는 쪽을 택한다.
시간이 지나자.. 감사하게도.. 인정해주고 젓갈 넣지 않은 김치도 만들어 주시고. 계란 넣지 않은 부치게도 준비해주시는 .. 울 엄마.. 이제 당신도 이해하신다. 채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것을.
***채식생활인으로..
난 순수채식을 하면서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식탁은 처음 시작할때나 지금이나 조촐하다. 나는 매 식사 때마다 겸손과 감사를 느낀다. 뭐 더 맛있는게 없을까.. 를 찾으며 자꾸 욕심을 내던 채식전의 생활과 지금의 태도는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건강은 어떤가.. 채식하고 나서는 약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지금은 처음처럼 고기를 보면 역겹다거나 고기를 먹는 자리는 같이 합석 할 수 없지는 않다. 이제는 내 육체도 정신도 식물성화 되었는지.. 담백해졌다. 채식을 인정받고 싶듯이 그들도 인정하고 싶다.
어느날 검색사이트에 들어가 '채식주의'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반가웠다. 앞만보고 걷고 있었는데 함께 가고 있는 생각들을.. 사람들을.. 느끼면서.. 그래!! .. 오늘 만나는 친구에게 연자죽을 권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