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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채식인

군에 있을 때 나를 일깨워 준 두가지


글쓴이:깊은바다<way2truth@hanmail.net>

1.소식(小食)

나는 사실 괞찮은 체격을 타고난 편인데 군에 입대하고 훈련병, 이등병을 지낼 동안은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생활 변화에 금방 적응을 못하고 처음에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서 늘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문이었나 봅니다. '마음이 문제다' 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서어서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그렇게 겁이 많은 녀석인 줄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많이 자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을 항상 찾았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 당시 내가 있던 곳에서는 이등병이 드러내고 책을 읽는다거나 취미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상상했다면 아마 이등병이 병장을 부려먹는 코메디 군대를 생각하며 통쾌하게 느낀 때였겠죠.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그 책을 부분 부분 찢어서 들키지 않게 읽고 다녔습니다. 책을 찢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천대받는 책 같은데 그렇게 해서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책으로서는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마음의 위안이 될 것을 찾는 마음은 무엇이든 닥치는 데로 보고 읽고 생각하고 싶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이고 음악이 듣고 싶고 공부가 하고 싶고, 맘껏 뛰어보고 싶고... 갈증에 시달리는 빈 속에 그 찢어서 보는 글이라도 박혀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바람소리라거나, 봉사의 필요성이라거나, 자연보호의 필요성 같은 얘기였는데, 그런 것 학교다닐 때는 아주 따분한 것으로 생각했더니 그 때는 참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이었죠. 그러다 본 글이 절에서 스님들이 밥먹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먹는가 또 그렇게 하면 무엇이 좋은가 하는 얘기였는데, 어떻게 먹느냐는 결국 싱겁고 적게 먹는다는 것이었고, 왜 좋은가는 몇가지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마, 즉 잠을 쫒아낼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게 된다

 

그 당시는 내 밥먹는 방식에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고 늘 느낄 때였습니다. 전부터 밥을 많이 먹긴했지만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은, 배가 '어이, 먹을 만큼 먹었어' 하고 얘기해도 늘 무시하며 또 입맛을 다시게 했고, 무슨 회식이라도 있으면 항상 마지막에 남은 과자를 쓸어담는 것은 내 손과 입이었습니다. 또 밥을 많이 먹는 만큼 급하게 먹어야 했는데 그럴 때면 어떤 수치심을 느꼈지요. 처음에는 왕성한 식욕이 건강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깨끗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 나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아주 순식간에! 밥을 반으로 줄여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했지요. '지금 이등병인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운동을 할 수도 없고 다를 무엇도 생각할 수 없는데, 이런 것 한가지 라도 하면 좋지 않겠나? 언젠가는 내 식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마음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갈증하는 마음에 필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무언가 뜻있는 일이 생기는 것이었죠. 더이상 급하게 밥을 먹지 않고 점잖게 먹어도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달아올랐습니다. 밥을 줄이면 가뜩이나 체력이 필요한 이등병인데 기력이 떨어져서 비참한 꼴이 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줄은 밥 만큼 감사하는 마음을 먹으면 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안심시켰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것은 정말 자신있었답니다.

 

그날 저녁식사 때 밥통에서 정말 한 주걱만 떠 올리곤 뭔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흐믓해했습니다. 엉뚱하더라도 무언가 한가지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즐거웠죠. 이렇게 시작된 적게 먹는 버릇은 잘 되었다가 잘 안되었다가를 되풀이하다가 또 어느날 우연히 법정스님 글을 본 뒤로 아주 습관이 되었답니다. 간소한 생활을 실천하기위해 아주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죠. 그럼 아까 얘기한 그 좋은 효과를 나도 느꼈을까요? 솔직히 잠을 쫒아낸다거나 먹지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것 따위는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그렇게 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 뿐이죠. 하지만 그 일을 시작으로 군에서 지내는 동안 내가 느낀 것들을 그대로 실천해보려는 적극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채식(菜食)

한해를 더 보내고 가을을 맞을 때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생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 간디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한 말과 글을 묶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간디에 대한 소개를 자세히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에게서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일을 만나면 다른 어떤 것도 따질 필요없이 마음에서 참되다고 얘기하는 길로 가라' 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위대한 것은 물론 인도의 독립에 큰공이 있기 때문이지만 내 생각엔 그것보다 어떤 계략이나 복잡한 철학이 없이 오직 내면의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일을 수행하는 너무나 간단한 방법을 고집했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복잡한 종교의 나라 인도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것이겠죠.

 

내가 그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도 그의 진실함을 따라서 마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행동해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를 생각하면 무슨 일도 용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일에도 내 양심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식사 뿐만이 아니라 말투나 행동, 습관까지 모두 양심에 있는 대로 고쳐보려고 얘써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잘 안되는 것은 후임병들을 대하는 때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자기 안의 모순되는 두가지 심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낮에는 무언가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후임병들을 질타했지만, 밤이 되어 찬찬히 돌아보면 그때는 '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라 내 편해지고 싶은 욕심이 끼어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 했습니다. 마음이 혼잡했고 그런 것이 몇달 반복되니 간디가 얘기한 내면의 소리라는 것이 아주 우습게 되어버렸고 나는 그를 다시 보기 미안해서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았습니다.

또 얼마가 지나고 제대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나는 그의 자서전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정신에 폭탄이 되었습니다. 나는 간디의 비폭력정신과 맹세를 지키려는 마음에 아주 반해버렸고, 그 사이 내가 사람을 대한 태도에는 분명히 진리에 대한 믿음이 빠져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그가 완전한 비폭력, 완전한 자유를 얻기위해 브라마차랴 즉 절제에 대한 맹세를 하는 부분이 인상깊었고 특히 음식에 대한 절제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화려한 것을 보기위해 눈을 쓰지만 브라마차랴를 지키는 사람은 오직 하나님이 인도하는 길을 보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은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쾌락을 느끼려하지만 브라마차랴를 지키는 사람은 오직 하느님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뱃속에 음식물을 개걸스레 집어넣어 그 만족감을 느끼려하지만 브라마차랴를 지키는 이는 하나님의 성전을 거룩하고 깨끗하게 간직하려고 애쓴다 ... 가장 적게 쓰고 정신과 몸의 빈 자리를 오직 하나님, 진리로 채워넣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고기먹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또 양심에 걸려 점점 줄여나갔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내 정신을 얽어매는 것 같아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채식이란 말을 쓰기 꺼렸지만 아무튼 이것이 내 채식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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