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택 > 생활속의 채식인

본문 바로가기

접속자집계

오늘
80
전체
186,401
TEL:02-716-6259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채식열전 > 생활속의 채식인
생활속의 채식인

아름다운 선택


글쓴이 : 전 경 랑

한번의 의심도 없이 입맛에만 의존하며 당연시 해오던 식습관에서 벗어나 채식이란걸 시작한 지 벌써 1년하고도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전에는 한번도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고 또, 관심조차도 없었던 내게 채식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준 그 한편의 비디오는 마치 우연으로 포장된 필연인 듯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채식의 이로움에 대한 강연 비디오였는데 화질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왜 채식을 해야하며, 채식을 하면 어떤 이로움들이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면서 충분히 공감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번쩍'하고 정신이 들게끔 충격을 주었던 장면은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눈에 선하다.

 

평소에 다른 육류는 거의 안 먹었지만 일주일에 항상 두 번씩은 닭요리를 먹을만큼 닭고기 맛에 심취(?)해 있던 나는 비디오에 나오는 닭들이 생산되어지는 과정을 본 순간 머리속으로 찬바람이 휑하니 지나갔고, 가슴이 ''하고 내려않는 것을 느꼈다.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양계장의 좁디좁은 쇠창살 속에서 날개짓 한번 퍼득거려 보지도 못하고, 틀 속에 갇힌 상태에서는 이미 무용지물인 부리가 차가운 칼날 끝에서 잘려 나가는데도 항변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사람들의 입맛을 위한 통통하고 연한 고깃덩어리로만 사육되어지는 광경은 닭고기에 대한 나의 아주 작은 미련조차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끔찍한 장면으로 보여졌다.

육식을 할 때 그 동물들이 살아있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단 닭의 경우만은 아닌 것이었고, 식품영양과를 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주입된 영양학상의 지식들도 채식을 하면서 발생할지도 모를 영양상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붙들게 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인 정보에 불과했다. , 이제는 채식만으로도 완전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오히려 성인병이나 육류에서 발견된 여러 균들에 의해 세간이 들썩거릴 때조차도 난 초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결심이 확고해지고 나니 실천하는 일만 남았고, 닭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는 일절 입에 대기도 싫었으나 국물요리를 통해 섭취하게 되는 멸치 다시물이나 무침류에 들어가는 멸치다시다, 전이나 빵 속에 들어있는 계란은 단지 눈에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번에 끊지는 못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의 씨앗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것 역시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렇게 계획에도 없던 채식을 하고 보니,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고, 지금껏 공유해오던 식습관에서 내가 멀어지니 함께 즐기지 못하는게 아쉽기도 했던지 방해공작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해버렸던 일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회사 사원 식당에서 영영사 보조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석식메뉴로 나온 열무비빔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함께 근무하던 영양사 언니한테 먹기 전에 미리 열무에 멸치액젓이 안 들어갔다는 확인을 여러번 하고서 아주 맛있게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우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그 영양사 언니가 씨익 웃으면서 "멸치젓갈 들어간 열무비빔밥 맛이 어때?"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 때의 심정은 황당 그 자체였고, 화도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한들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터였다.

 

그후로도 몇 번 영양사 언니가 장난을 쳤지만 두 번이나 속을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았고, "언니! 채식하는건 내 식성이고 또,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 것이고, 내가 채식하는게 언니한테 피해를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만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진지하게 얘기를 하니 그 언니도 더 이상은 그런 일에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시골에서 어머니가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젓갈류를 넣지 않고 따로 담궈 주신 배추 김치를 전화상으로만 얘기를 듣고는 멸치액젓이 들어간 식구들이 먹으려고 담은 김치를 자취방으로 들고 와서 먹다가 하얀 살점이 보이는 굴을 발견하고는 놀랐던 일, 섣불리 시작한 단식이 이틀째가 되자 공복감이 너무 심해서 괴로웠는데 그 와중에 눈 앞에서 닭다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환영을 보았던 일, 즉석김밥 집에서 야채만 넣어 김밥을 말아달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계란도 야채라고 생각했던지 함께 넣고 말아준 일, 사무실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 멸치국물도 안 먹는 내 식성이 정말 신기하다며 모TV프로그램인 기인열전에 출연해보라는 등등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다.

 

무엇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고자 직장 다니면서 야간대에 입학해서 2년간 공부하여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남 진해에 있는 한 기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육류를 포함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보아야 하고, 식재료들도 다 검수를 해야하니 채식을 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은 일이여서 그것조차도 미련없이 떨쳐버릴 수 있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단지 내가 하기 싫은걸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에 불과한 일이었다. 우리 몸 안의 세포가 완전히 바뀌는데는 무려 7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20년이 넘도록 유지해 온 식습관으로 인해 오염된 내 몸속의 세포들이 다 바뀌기에는 18개월은 극히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젠 혹시 모르고서 실수를 하더라도 몸이 먼저 알아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만큼 제법 채식에 몸조차도 길들여져 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채식이 이젠 평생 가는 나의 식성이 되었고,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이런 나의 변화에 익숙해졌는지 가끔씩은 나를 위한 배려를 하기도 하니 참 감사한 일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좋아서 시작한 채식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참 소중한 것들이다.

여느 요리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채식요리법들도 익혔고, 음식을 사 먹기가 불편하니 자연히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어야 하는 이유로 예전보다 많이 부지런해졌다. , 정상에 오르기가 너무도 벅차고 힘들었던 산행도 이젠 제법 덜 힘들게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지구력도 생겼고, 쓸데없는 군살들도 여기저기서 자취를 감추어 표준체중을 유지하게 되었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편식과 폭식을 자주 하던 식습관은 이미 옛일이 되어 버렸고, 또 설령 과식을 하더라도 소화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속이 더부룩한 상태를 경험할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몸이 항상 가볍다는 것만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야채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채식인구의 증가와 요리법의 발달로 인해 야채로 만든 다양한 채식 재료들도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가 있고, 단지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위해 육류의 맛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상품들도 놀라울 만큼 흡사한 맛으로 채식하기를 조금은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의 수입과자 코너에 가면 순식물성으로만 된 비스켓이나 쵸코바, 스넥들이 정말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 과자를 좋아하는 내 선택의 폭을 넓혀주니 흐뭇한 일이고, 간혹 외식을 하게 되는 경우라도 비빔밥, 김밥, 유부초밥, 면종류 등은 요리전에 미리 야채가 아닌 재료들은 빼달라고 주문을 하고 양념확인을 하면 가능한 일이고, 나는 다행히 시내에 채식식당이 한군데가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다.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는 정말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사먹을 수 있는 것들이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선택하기가 고민이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직접 요리해서 함께 채식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고, 이제는 가족들도 가끔씩 내가 해 주는 채식요리를 신기해 하며 또, 맛있어 하니 더 다채롭고, 맛있고, 이쁜 요리를 개발해서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채식에 대한 당위성이나 방법, 정보들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활짝 열려 있으니 미식가들이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다니며 먹는 그 정성처럼 채식을 좋아하고, 채식만을 하고 싶은 마음만 확고하다면 나머지 것들은 각자의 환경에 맞는 방법들로 잘 되어갈 것이므로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일단 시작하고 보면, 어느새 채식이라는 식습관 속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즐거움 습관에 살포시 녹아들 것이다.

- 경남 마산시 회원구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열람중 아름다운 선택 운영자 02-09 778
6 피부가 좋지 않아서였지요 운영자 02-09 792
5 몸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맑아지고 운영자 02-09 824
4 군에 있을 때 나를 일깨워 준 두가지 운영자 02-09 738
3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운영자 02-09 757
2 결혼전의 몸매 유지하는 비결 운영자 02-09 698
1 채식사랑 운영자 02-09 1182

대표:이광조ㅣvegeresearch@gmail.comㅣ대표전화: 02-3789-6259 ㅣ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