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대규모 산란용 양계장에서 병아리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산채로 분쇄기나 가스실로 보내져 도살 처분된다.
암컷 병아리도 결국은 어른 닭이 되어 도살되지만,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는 너무 일찍 고통 속에 생을 마치는 셈이다.
독일에서만 매년 4천500만 마리, 세계적으로 연간 25억 마리 이상의 수컷 병아리가 출생 즉시 성이 감별돼 도살된다.
17일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라이프치히대학 연구팀이 수컷을 조금 더 일찍, 그러나 조금 더 '인도주의적 방법으로 죽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달걀 껍데기에 레이저로 미세한 구멍을 낸 뒤 내부를 밝게 한 뒤 달걀 혈액 세포에 빛이 산란하는 모습을 근적외선 분광기로 분석해 암수를 가리는 기술이다.
수정 후 72시간째부터 감별이 가능하다. 암컷 배아는 정상 부화과정을 거치고 수컷 달걀은 기계가 자동분류해 모은 뒤 동물사료 등 산업용으로 쓸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 과정에서 난관은 조기 감별과 검사시간 단축, 껍질 구멍으로 세균이 침입하지 않고 일정 시간 후 구멍이 다시 닫히도록 미세한 구멍을 뚫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슈미트 농무장관은 농무부 자금지원으로 개발된 이 기술의 시제품을 오는 20일 열리는 베를린 국제녹색주간 행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병아리 분쇄 중단을 오래전부터 촉구해온 슈미트 장관은 이 기술이 기존에 업계가 '필요악'이라고 주장해온 분쇄 도살을 대체할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며 적절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2015년 뮌스터 법원은 동물보호법에 '경제적 타당성이 있으면 도살이 허용되고' 대안이 없으므로 분쇄기 사용은 허용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녹색당 농업 부문 대변인 프리드리히 오스트도르프는 "슈미트 장관이 신기술로 폼을 잡으려 하지만 구속력이 있는 법적 조치와 시행 일정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슈미트 장관은 "이제는 이런 기계가 있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단순히 금지할 경우 결국 병아리를 외국으로 보내 도살하는 일을 조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기술이 독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일부 문의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마련할 유럽 차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독일가금류협회(ZDG)는 정작 이 기술을 독일에서만 일방적으로 도입되면 농장들이 외국으로 탈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무부는 그러나 달걀 한 개에 감별 비용이 몇 센트에 불과할 것이며, 수컷 달걀을 나머지 21일 동안 부화하는데 드는 비용 등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 이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공장식 축산'이 아닌 '농장식 축산' 또는 '친환경 축산 비중이 높다.
'공장'에서 A4용지 한 장 면적에 집단 사육되는 닭은 면역력이 약해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게 되고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에 훨씬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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