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대가 온다<98>]-성남 모란장 개시장 철거 현장
이재명, 개들의 지옥 논란 ‘모란 개시장’ 폐쇄단행
상인 반발속 최대시장 역사속으로…잔인한 도살·유통에 혐오시장 전락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58400정유진기자(jungyujin71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3-04 00:05:36
▲ 모란 개시장이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자진 철거가 시작됐다. 개고기 판매점 22곳 중 15곳은 업종을 변경하기로 결정, 성남시로부터 직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반면 나머지 7곳은 반대, 투쟁 플래카드를 걸고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모란시장 내 개시장 자진철거 현장 ⓒ스카이데일리 “이제 그만 해야죠” ‘개들의 지옥’이라고 불려온 모란 개시장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개 판매 상인 대다수가 철제 우리와 매장 내 도축장을 자진 철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3일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 상인회(이하 ·상인회)가 체결한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 협약’에 따른 후속조치다. 모란 개시장은 한해 8만 마리가 식용으로 거래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개고기 유통 현장이다. 한 때 ‘건강원·개고기 가게가 모란장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개고기 시장은 ‘명물’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개고기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모란장은 그 때마다 눈총을 받았다. 근래에는 국내 대표 민속장으로 도약하려는 모란장의 최대 걸림돌로 개시장을 꼽기도 한다. 개를 몰아넣는 철제 우리, 심각한 악취, 피가 고인 혐오스러운 도살장 등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인 개 판매장의 실태가 드러나 동물보호단체와 성남시민, 모든 반려인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반려 인구’ 1000만 시대에 개를 눈앞에서 도살장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 자체가 쉽사리 용인되지 않고 있다. 개 시장 주변에서 시위도 그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개시장 철거라는 결단을 내렸다. 긴장감 도는 철거 현장…일부 상인들 강력 반발 속 ‘새단장’ 기대감 일어 지난 27일, 개시장 거리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개 판매장 철거를 놓고 상인들이 찬반으로 갈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개 짖는 소리가 났다. 한 쪽에서는 이미 오전에 도축장을 소독하고 깨끗이 비운 상태였다. 매장 밖에서는 철제 우리를 기계 드릴로 조각내 철거하고 있었다. 반면 개 시장 철거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철제 우리 속 수십 마리의 개와 가게를 그대로 둔 채 버티고 있었다. 개고기를 파는 22개 점포 가운데 15개가 자진 정비에 나섰고 7곳은 동참하지 않았다. ‘가축 상인도 성남시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성남시는 모란 전통가축시장 말살 행정을 당장 중단하라!’ 라는 플래카드들이 예민한 대립 상황을 드러내고 있었다. 철거를 반대하는 상인들은 ‘개식용 문화는 오랜 전통’임을 내세우며 ‘인권을 유린하지 마라’, ‘장사할 대체 공간을 마련하라’며 자진 철거를 거부했다. 반대 시위 중이던 한 상인은 “이렇게 안 하겠다고 도장을 찍어 놓고 일방적으로 진행 시킨다. 정말 못된 놈들이다”며 소리를 질렀다. 기자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안 한다고 해놓고…’라는 말을 반복하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약 이외에 도장을 찍어 따로 협의 본 사항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현장을 살펴보다 개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용북 모란가축시장 상인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개 판매에 대해 지적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성남시에서 좋은 조건을 내걸더라. 논의 끝에 그 뜻을 받아들여 협약에 사인했다.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조율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성남시청은 개 도축장을 자진 철거하는 대신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와의 재계약 유도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교육·컨설팅 및 경영마케팅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점포 입주권 부여 ▲전통시장 인정 및 상인회 등록 ▲비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 지원 조건 등을 내걸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취업 교육에 들어간 상태다. 철거 현장을 지켜보던 또 다른 상인에게 협약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잘 안된 부분이 있냐고 묻자 “물론 잡음이 있었지만 다 협약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막상 장사를 그만 하려니까 마음이 심란한 거겠지”라고 말했다. 성남시 협의 후 반대로 돌아선 상인들에 대해… “대체 공간 마련은 논의 안했다” ▲ 철제 개 우리와 도축장 철거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개들을 그대로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심한 악취와 잔인한 도살 때문에 모란시장의 이미지가 나빠져 이제 개고기 판매를 그만할 때가 됐다 여론이 적지 않다. 사진은 자진 철거 현장(위)과 철거에 반대하며 그대로 둔 개 판매장 ⓒ스카이데일리 모란시장 안에서 찬반 대립 상황을 지켜본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름 골목’ 가게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상인 대부분은 반사적으로 “나는 몰라요”라는 방어 태세를 보였다. 인터뷰에 응해 준 몇몇 상인들은 ‘잘된 일’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구멍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이제 없어질 때가 됐다. 여름에 냄새가 말도 못한다”며 “들은 바로는 건물주들이 없애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말이 있다. 개고기집 대부분은 임대업자들이다”고 귀띔했다. 참기름을 파는 한 상인도 ‘평생을 저 일을 했는데 철거한다니 화날만도 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차차 개시장은 없어질 것 같다. 시장 이미지가 너무 안 좋으니까”라며 “그래도 당분간 개고기는 팔 수 있다니까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각할 시간이 있겠지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개시장 거리 한 가운데서 흑염소 영양탕과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가게 주인은 “어제 저녁부터 불안했다. 철거를 하는데 천막 다 때려 부수니까 위험하더라”면서 “찬성·반대로 나뉘어 싸움질하니까 답답할 노릇이긴 하지만 반대에 부딪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래도 이번에 청소를 싹 하고 성남시가 이쪽에 보도블록으로 깐다니까 길이 넓어질 것 같다. 전깃줄 전선도 땅 밑으로 넣고 큰 공사를 한다더라”며 “순순히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야될 일이다”고 모란시장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용북 가축상인회 회장은 이날 “생계터전을 잃을까 두려움이 크지만 7개월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와 서로 믿고 의지하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모습으로 생계 터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신승철 전 모란가축상인회 회장은 “시에서 우리 상인들한테 충분한 보상과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직 시행된 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 불황에도 국내 ‘펫팸(Pet+Family)족’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17.4%였지만 2015년 21.8%로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나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꼽힌다. 때문에 식용으로 여기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이들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 공간에서 질병이 의심되는 개가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성남시 측은 협약 후 반대로 돌아선 상인들이 적지 않다면서 당황하는 눈치다. 정연호 성남시청 동물자원팀 주무관은 “상인들이 자진 정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일부 상인들의 반대는 앞으로 설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갑자기 업종 변경을 하려니까 마음이 안 좋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반대 상인들의 핵심 요구 사항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체 공간 마련’에 대해 정 주무관은 “대체 공간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 다만 살아있는 개들은 동물보호센터 쪽으로 보내려 했으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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