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세계 주요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우울증 치료는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우울증 환자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항우울제 소비량은 1천명 당 20 DDD(1일 사용량 단위·2013년 기준)로 28개 조사국 가운데 두번째로 낮았다.
OECD의 항우울제 하루 평균 소비량은 1천명 당 58 DDD로 한국의 3배 수준이었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칠레(13 DDD) 단 한 곳이었으며 아이슬란드(118 DDD), 호주(96 DDD) 등이 압도적으로 높은 소비량을 보였다.
한국은 감기에 걸릴 경우 항생제의 사용량이나 당뇨 약물 사용량은 많았지만 항우울제 사용량은 유독 낮았다.
약물 과용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항상 자살률 1위에 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울증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는 사람의 비중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조기 치료시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이를 내버려두게 되면 마치 감기가 심각한 폐렴으로 번져 생명을 위협하듯 자살 기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우울 장애가 있는 사람 가운데 자살사고 비율이 4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천836명에 달한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7.3명을 기록했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한국보다 낮았던 칠레의 경우 자살률이 34개국 가운데 20위(2013년 기준)에 머물러 한국과는 양상이 달랐다.
항우울제를 비롯해 우울증 치료율이 낮은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우울성 장애 환자들이) 10년 가까이 참다가 너무 힘들어야 온다"며 "약물 복용을 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이겨내면 안 되냐'는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노력만 강조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우울증은 완치되지 않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를 평생 1번 이상 앓는 비율은 2001년 4.0%에서 2006년 5.6%, 2011년 6.7%로 꾸준히 증가했다.
강박이나 공황 등 불안 장애 유병률은 8.7%(2011년 기준)로 2001년 8.8% 대비 소폭 줄었고 모든 종류의 정신장애도 10년 내리 하락세를 보였지만 우울 장애만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우울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조기 치료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 교수는 "(자살 원인에는) 독거, 이혼, 건강 이상신호, 실직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실직과 빈부격차 등 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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