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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학식은 없다.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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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신촌캠 학생식당의 고를샘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기존부터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던 'pizza&pasta'외에도 백반 코너인 ‘두레상’, 간단한 한식을 다루는 ‘소담상’, 라면과 간단한 분식을 내놓는 'oriental snack'까지 네 종류의 식당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아직 개강일이 한참 남았지만, 많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고를샘을 찾아 새로운 식당과 새로운 메뉴들을 맛봤다.
하지만 고를샘 리모델링을 반가이 맞을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은 고를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매우 제한적이다. 캠퍼스 안의 다른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고를샘에서는 야채죽이나 김치전 같은 몇 가지 메뉴를 제외하고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찾기 힘들다. 비단 채식주의자들만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학생들이나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 학생들을 위한 메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을 위한 학생식당이지만, 모든 학생을 고루 배려하는 식단을 구성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내 많은 대학에선 이미 소수자를 위한 식단 운영 중 우리대학교는 그 동안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특정한 식재료를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바운드 국제화를 외치며 외국인 학생들을 캠퍼스 내로 많이 불러들였지만 정작 그들을 위해 ‘밥 한 끼’조차 변변히 준비해 주지 못했다. 이슬람교나 힌두교 같은 특정 종교를 가진 학생들 외에도 몇몇 학생들이 채식을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의 힘으로 얻어낸 서울대 채식뷔페 서울대 역시 지난 2010년 10월부터 채식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는 최초로 채식 전문 식단을 도입한 것이다. 서울대 학생 중 채식을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인 ‘서울대학교 채식인모임’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생식당에 채식메뉴를 도입할 것을 학교 측에 요청해왔다.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 2004년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해 점심마다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채식뷔페 직접 가보니 지난 8월 25일, 서울대 채식뷔페를 직접 찾았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11시 30분부터 제2학생식당에 위치한 채식뷔페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직 개강을 하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교수로 보이는 사람들로 채식뷔페는 가득 찼다. 특히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았다. 5천 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채식뷔페의 인기는 상당한 듯 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학기 중에는 일일 이용자가 450명을 넘는다고 한다. 기자가 채식뷔페를 찾은 날에도 뷔페 공간을 넘어가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채식뷔페에 할당된 좌석이 100석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현미콩밥을 비롯하여 버섯탕수, 두부, 샐러드, 쌈채소 등 다양한 메뉴들이 뷔페에 마련돼 있었다. 대부분이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우리대학교와 달리 채소로 이루어진 식단은 청량감(!!!)이 들었다. 서울대 채식동아리인 ‘콩밭’을 비롯해서 많은 채식 단체들이 채식뷔페에서 모임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채식뷔페를 자주 찾곤 한다. 친구와 함께 채식뷔페를 찾은 서울대 박재승(물리교육・10)씨는 “처음에는 정말 야채만 가득할 거라 생각해 거리감을 느꼈는데 채식 요리 이외에도 평소에 먹기 힘든 쌈채소들도 다양해서 좋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채식식단을 만나볼 수는 없을까? 또 특정 종교를 가진 학생들과 교수/교직원들을 배려하는 식단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다음 주 이어지는 ‘모두를 위한 학식은 없다②’에는 우리대학교의 상황에 대해 더욱 자세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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