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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 모두를 위한 학식은 없다


 

 

http://chunchu.yonsei.ac.kr/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6706 

 

모두를 위한 학식은 없다.①

 
newsdaybox_top.gif[148호] 2011년 08월 27일 (토) 11:08:20박정현 기자 btn_sendmail.gif jete@yonsei.ac.krnewsdaybox_dn.gif

지난 8월 22일, 신촌캠 학생식당의 고를샘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기존부터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던 'pizza&pasta'외에도 백반 코너인 ‘두레상’, 간단한 한식을 다루는 ‘소담상’, 라면과 간단한 분식을 내놓는 'oriental snack'까지 네 종류의 식당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아직 개강일이 한참 남았지만, 많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고를샘을 찾아 새로운 식당과 새로운 메뉴들을 맛봤다.

 

  
▲ 많은 학생들이 리모델링한 고를샘을 찾았다.

 

하지만 고를샘 리모델링을 반가이 맞을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은 고를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매우 제한적이다. 캠퍼스 안의 다른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고를샘에서는 야채죽이나 김치전 같은 몇 가지 메뉴를 제외하고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찾기 힘들다. 비단 채식주의자들만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학생들이나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 학생들을 위한 메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을 위한 학생식당이지만, 모든 학생을 고루 배려하는 식단을 구성하지는 않은 것이다.

 

  
▲ 고를샘에서 제공하는 메뉴들. 몇몇 메뉴를 제외하고는 채식주의자들이 젓가락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국내 많은 대학에선 이미 소수자를 위한 식단 운영 중

우리대학교는 그 동안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특정한 식재료를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바운드 국제화를 외치며 외국인 학생들을 캠퍼스 내로 많이 불러들였지만 정작 그들을 위해 ‘밥 한 끼’조차 변변히 준비해 주지 못했다. 이슬람교나 힌두교 같은 특정 종교를 가진 학생들 외에도 몇몇 학생들이 채식을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대학들은 이미 이들 학생을 배려한 식단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은 지난 2006년에 무슬림 학생을 위한 전용식당을 만들었다. 이슬람교도로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파키스탄 유학생 70명을 위한 선택이었다. 불교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동국대는 그 동안 불교 신자들을 위한 식단을 운영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6월, 동국대에 채식뷔페가 도입됐다.

 

  
 

 

 

학생의 힘으로 얻어낸 서울대 채식뷔페

서울대 역시 지난 2010년 10월부터 채식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는 최초로 채식 전문 식단을 도입한 것이다. 서울대 학생 중 채식을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인 ‘서울대학교 채식인모임’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생식당에 채식메뉴를 도입할 것을 학교 측에 요청해왔다.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 2004년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해 점심마다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채식식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채식의 날’ 도입 후로도 계속됐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구심점을 가지지 못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얼마간은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이광조씨는 학생식당에 채식식단이 도입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자취를 할 때에는 집에서 채식식단을 준비해 먹을 수 있었지만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영양상의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가 손을 댈 수 없는 메뉴가 대부분인 것은 물론, 영양소가 풍부해 채식에 좋은 현미콩밥 역시 먹을 수 없었다. 심한 경우에는 백미밥에 소금만을 뿌려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 서울대 채식뷔페에서 제공되는 음식.

 


이러한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 이씨는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에 학생대의원 자격으로 정기총회에 참석해 식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요청은 즉각 거부됐고, 다만 기숙사 식당에서 현미콩밥을 먹을 수 있게 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현미콩밥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씨는 “처음에는 50인분 밥통에 백미밥을 하고 10인분 밥통에 현미콩밥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50인분 밥통에 현미콩밥을 하고 10인분 밥통에 백미밥을 하게 됐다”며 현미콩밥에 대한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그 후 지난 2010년에는 생협 측으로부터 채식식당을 개설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움직임은 당시의 상황을 답보할 뿐이었다. 이에 이씨는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공식적인 오리엔테이션 석상에서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계속해나갔다. 그 결과 2010년 10월 4일 학생식당에 채식뷔페가 들어서게 됐다.

서울대 채식뷔페 직접 가보니

지난 8월 25일, 서울대 채식뷔페를 직접 찾았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11시 30분부터 제2학생식당에 위치한 채식뷔페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직 개강을 하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교수로 보이는 사람들로 채식뷔페는 가득 찼다. 특히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았다. 5천 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채식뷔페의 인기는 상당한 듯 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학기 중에는 일일 이용자가 450명을 넘는다고 한다. 기자가 채식뷔페를 찾은 날에도 뷔페 공간을 넘어가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채식뷔페에 할당된 좌석이 100석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 서울대 채식뷔페의 모습

현미콩밥을 비롯하여 버섯탕수, 두부, 샐러드, 쌈채소 등 다양한 메뉴들이 뷔페에 마련돼 있었다. 대부분이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우리대학교와 달리 채소로 이루어진 식단은 청량감(!!!)이 들었다. 서울대 채식동아리인 ‘콩밭’을 비롯해서 많은 채식 단체들이 채식뷔페에서 모임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채식뷔페를 자주 찾곤 한다. 친구와 함께 채식뷔페를 찾은 서울대 박재승(물리교육・10)씨는 “처음에는 정말 야채만 가득할 거라 생각해 거리감을 느꼈는데 채식 요리 이외에도 평소에 먹기 힘든 쌈채소들도 다양해서 좋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채식식단을 만나볼 수는 없을까? 또 특정 종교를 가진 학생들과 교수/교직원들을 배려하는 식단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다음 주 이어지는 ‘모두를 위한 학식은 없다②’에는 우리대학교의 상황에 대해 더욱 자세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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